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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의 현재와 미래] 공감되어 퍼왔슴돠

성인데 2007. 1. 1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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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는 계속 변화해야 한다.

그래야 하는 이유는 환경이 변화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용자들의 욕구가 진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2002년 말에 가입자 수에서 프리챌을 추월한 싸이월드는 2004년 9월에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했고 2005년을 기점으로 확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물론 현재도 1천 4백만명의 가입자를 거느리고 있는 싸이월드는 여전히 하나의 문화현상이다. 싸이질, 싸이폐인 같은 유행어가 만들어졌고, 싸이월드 미니홈피 하나 없는 사람은 바보취급당할 만큼 대세가 되었다. 미니홈피를 꾸미려는 가입자들의 활동은 디지털 카메라의 수요를 촉발시키고 셀프카메라 유행을 만들어낼만큼 압도적이었다. 싸이월드에는 전체 인구의 1/4이 가입한 덕분에 일종의 인명록으로까지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싸이월드 가입자들은 서서히 미니홈피 활동을 접고 있다. 사진이나 포스트를 올리는 횟수가 줄어들고 심지어 미니홈피의 모든 내용을 폐쇄하는 경우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많은 싸이월드 거주자들의 마음이 싸이월드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싸이월드가 채택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싸이월드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욕구는 네트워크가 아니다

우선 이 질문부터 해보자. 왜 싸이월드가 성공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부터 우리는 착각을 해왔는지도 모른다. 많은 연구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구성의 기본 욕구를 네트워크에서 찾는다. “더욱 왜소해지고 더욱 외로워지는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며 자신을 중심으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맺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네트워크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재편되어 가는 과정에서 자신을 네트워크 하기를 원하는 욕망이 기저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5차 빅브라더 보고서, 2005)는 지적이 이런 입장을 대표한다. 하지만 따로 떨어져 있는 개인들이 사회적인 연결망을 얻기 위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한다는 이런 가설은 원래 미국이나 유럽의 온라인 연구자들이 내놓은 것이다. 이 가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따라서 미국의 사회적 환경맥락과 우리나라의 환경맥락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지나치게 연결되어 있는 우리나라

미국에서는 6단계의 법칙이 통한다. 미국 내 어떤 곳에 어떤 사회적 위치에 있는 사람하고라도 6단계만 거치면 연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3단계의 법칙이 통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에 있는 그 어떤 사람하고라도 3.6단계만 거치면 연결이 된다는 것이다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2004). 6단계와 3단계, 이는 단순히 숫자의 차이로 보이지만 그보다 훨씬 커다란 질적 차이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기를 원한다.

인간에게는 사적 영역(personal space)을 유지하려는 욕구가 있다.

타인에 의해 자신의 사적 영역이 침범 당했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은 소속과 안정에의 욕구도 가지고 있다. 즉 사람들은 자기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느낄 때도 역시 불안해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남들과 너무 멀리 떨어져있다고 느낄 때는 외로움과 고립감을 경험한다. 하지만 너무 가까이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때는 부자유와 불편함을 경험한다.


개인적 공간(personal space)은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끼기 위해 필요한 타인과의 거리를 말한다.
이 그림에서는 자신의 personal space를 유지하기 위해서 걷는 속도를 늦춘다고 한다.
물론 마트 계산대에서 내 엉덩이를 카트로 밀어대던 아줌마는 이런 개념이 없는 모양이더만...


대강 이런 식이다. 상대와 친할수록 이 거리는 줄어든다. 문화에 따라서도 다르다.


상대방이 내 personal space를 침범할때 우리는 이렇게 반응한다




6단계는 너무 멀고, 3단계는 너무 가깝다.

문제는 이것이다. 6단계는 외로움을 느끼게 할 만큼 너무 멀다. 하지만 3단계는 침범 당했다고 느낄 만큼 지나치게 가깝다.

한국 사회는 지나치게 네트워크화 되어 있는 사회다. 여기서는 외로워서 불안감을 느낄 가능성 보다는 지나치게 가깝게 연결되어서 불안감을 느낄 가능성이 더 높다. 한국사회의 기본 규칙은 여전히 봉건적이다. 봉건적인 사회에서는 특히 개인의 자유나 개성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단지 사회적 관계에 따른 역할만을 강요하고 억압한다. (정확히 말해 봉건사회에서 개인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그 대신에 봉건사회는 구성원들에게 안정된 역할과 정체성을 부여해준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의 세대는 이런 사회질서 속에서 불편함과 속박을 경험한다. 그 결과 이들은 이중적인 욕구를 갖는다. 속박은 싫지만 그렇다고 이전 사회가 주는 안정감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이버 공간에 탐닉하기 시작한 이유는 사이버 공간이 이런 욕구를 제공할 수 있는 대안적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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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space는 개인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위의 지도에서 처럼, 너무 비좁게 살아야 하는 곳과 너무 성기게 사는 곳이 있게 마련이고, 그에 따라 어떤 사람들은 계속 자기 공간을 침범당하며 살고 어떤 사람들은 외로움을 느끼며 산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말로 밀집된 사회이다.
이런 곳에서는 정말 한두다리만 건너면 누구든 연결된다.
(출처: 중앙일보 2005.9.30 한국엘리트의 학연 구조도)



싸이월드 성공의 원인은 네트워크가 아니라 개성화다

어떻게 사람들에게 이런 기회를 제공했을까? 싸이월드에서 사용자들이 주로 한 활동을 살펴보자.
자신의 사진, 친구들 사진, 자기가 간 곳의 사진, 자기가 먹은 음식의 사진들을 올려놓고 이를 주변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자기를 보여주는 것이 주된 활동이고 이런 활동은 방문객들의 리플을 통해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자기 표현’과 ‘공증’ 이것이 싸이월드 미니홈피 활동의 두 가지 핵심 동기이다. 방문객은 공증을 위한 증인의 역할을 한다. 즉, 방문객은 간섭하지는 않고 지켜 봐주는 존재로서 사회적 관계에 내포된 안정된 역할과 정체성을 부여하는 기능만을 담당하는 것이다. 요점은 이것이다. 개인들은 자기 개성화를 위해서 네트워크를 찾은 것이지, 개인들이 네트워크 그 자체를 위해서 모여든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애초부터 우리나라 사이버 주민들과 미국의 사이버 주민들은 서로 다른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을 속박하는 지나치게 연결된 네트워크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새로운 사이버 커뮤니티를 찾아들었다. 하지만 서구인들은 외떨어진 개인들의 사회가 주는 외로움을 잊기 위해서 사이버 커뮤니티로 모여들었던 것이다.


싸이월드의 성공과 몰락에는 네트워크가 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싸이월드에서 관중으로서의 역할만 하는 방문객들 앞에서 자유롭게 자신을 드러내며 즐겁게 싸이질을 했다. 하지만, 이 싸이월드 네트워크가 지나치게 성장하면서 예전에 오프라인에서 경험했던 사회관계의 어두운 면이 싸이월드에서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이버 테러들이 대표적이다.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개인들은 거의 예외없이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발견되고 그 주변인들에까지 유명세가 전달된다. 개인이 한 행동은 공동체에 의해서 평가되고 단죄당하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봉건사회의 출현이라고 할만 하다. 이제 싸이월드는 개성과 자유를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라 억압과 속박을 주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생년월일과 이름, 출신학교와 같은 단순한 단서 만으로도 누구든 찾아낼 수 있을 만큼 지나치게 늘어난 네트워크가 바로 그 배후에 있다.


구성원들의 인생구조 변화에 따라서 급격한 변동을 겪을 커뮤니티

사람들은 성장하면서 여러번 인생구조의 변화를 경험한다.
인생구조(Life structure)의 변화란 결국 한때 친하고 가까웠던 사람들과 결별하고 새로운 사람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는 변화를 말한다. 현실에서는 이런 과정은 사적으로 서서히 일어나고 정리된다. 20대 중심의 싸이월드 사용자들도 조만간 이와 같은 과정을 경험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 과정에서 싸이월드는 사용자들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된다.

싸이월드에는 예전에 사귄 친구들, 예전 애인, 예전 직장이 모두 남아있다. 내 홈피를 지운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내 친구들, 내 일촌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의 미니홈피에도 내 흔적이 남겨져 있다. 그러다 보니 현실에서 과거를 지우는 것 보다 싸이월드에서 과거를 지우는 것이 더 힘들 정도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이 내 과거를 추적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싸이월드에서는 약간의 인내력만 있다면 누구든 할 수 있을만큼 간단하다. 결국 싸이월드는 사이버 스토킹의 수단이 되어버린다. 한 연구에 의하면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통해서 사용자의 취미를 알 수 있는 경우는 전체의 77%, 애인이나 배우자에 대해 알 수 있는 경우는 54%, 가족관계를 알수 있는 경우는 79% 였다. 즉, 미니홈피 탐색을 통해서 얻은 정보만으로도 한 사람의 이력서 대부분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5차 빅브라더 보고서, 2005). 이렇듯, 현재도 싸이월드의 사생활 노출은 문제로 부각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생활 노출은 더욱 더 치명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사생활은 모두 과거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사이버공간을 이용한다. 그런데 그 사이버 공간이 오히려 과거의 흔적이 된다면 사람들은 아예 그 곳을 떠나버릴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니홈피를 폐쇄하고 탈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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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들러서 알 수 있는 것들... (출처: 2005 빅브라더보고서)



대안은? 여전히 개성화다.

그렇다면 싸이월드에겐 어떤 대안이 있는가?

결국 여전히 개성화다.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의 독특함을 드러내고 싶어하고 그것을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한다. 싸이월드가 빠진 함정은 이 목표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목표달성 방법이 지나치게 확장되면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싸이월드가 수정해야 할 것은 목표가 아니라 방법이다. 다시 말해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개성표현과 공인 방식을 제공해야 할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를 성취할 것인가?